이런 남자 134

05. 오래된 필름카메라 수업 (090803)

집에서 할 일이 없어 지하철을 타보기로 했다.  뭐.. 아는 게 없어 그냥 타기만 해보고 돌아왔다.   먼 땅의 친구 하나 없는 환경은 무언가에 집중하기 좋은 시간을 제공했다. 첫 해외 경험을 기록하고자 구입한 중고 카메라에 집중했다. 몇 년 전 대학에서 수강한 필름카메라 수업을 되짚어가며 카메라의 기능을 하나씩 사용해보고 손에 익을 때까지 많이 찍었다.    핀치역에 가기 위해서는 5분에서 10분정도 걸어야 했는데 중간에 변전소와 녹지가 좀 있었다.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길이어서 사진 찍기 좋았다. 여러 구도를 실험히기 위해 누워 찍어도 흉볼 사람이 없었고, 늦은 저녁에 장노출로 찍는 실험을 하기에도 좋았다.    사실 여자친구가 수강 신청을 하길래 따라서 수강한 필름카메라 수업에 큰 관심이 없었다..

240103~04_의진이와 종대가 찾아오다.

연초부터 오랜 친구 의진이와 종대가 찾아왔다. 한때 함께 살다시피 했던 친구들이 어디에서 무얼 하는지 최근 동정 정도만 주고받는 사이가 된 것이 종종 아쉬울 때가 있다. 그래도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제 몫을 다해 잘 살고 있는것이 위안이 되기도 하고 내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늦게 사무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가 며칠 전부터 조립을 못하고 방치되어있던 가구 조립을 부탁했다. "할 수 있겠어?"라는 질문에 "야, 나 목수야. 한옥 짓는 목수."라는 답을 한다. 우문현답인지 현문우답인지 확인하기 위해 의진이와 종대에게 맡기고 퇴근 준비를 한다.    퇴근 준비를 마치고 1층으로 내려가니, 꽤 큰 가구 조립이 완성되어 있었다. 의진이의 대답은 우문현답이었나보다. 퇴근하고 저녁식사를 한 뒤 집에 ..

01. [전남 고흥] 도라지식당 (황가오리회)

전남 고흥군으로부터 문화기획자로 초청받아 고흥군에 다녀왔다. 행사를 진행하는 쪽에 학교 친구 지연이가 있어서 행사 후에 한잔 할까 했는데 더 오랬동안 보지 못한 오랜 친구 준호가 있어 지연이는 다음에 만나기로 하고 준호를 만나기로 했다. 참여 수고비가 지급되는 행사여서 내가 살테니 고흥 최고 맛집에서 만나자고 하니 대뜸 선택한 곳이 '도라지식당'이었다.    처음 먹어본 황가오리의 맛은 환상적이었다. 황가오리의 적당히 기름지고 쫀득한 식감과 밀도 있게 크리미한 황가오리 애는 술한잔 걸치기에 넘치는 맛이었다. 다음에 또 먹을 기회가 있다면, 그 기회를 미리 알 수 있다면, 꼭 맛는 좋은 술을 준비해서 즐기고 싶다.

먹는남자 2024.06.11

090329_2009 리빙디자인페어 참관

군대 전역이 2008년 12월이니까.. 복학하지 않고 서울에서 하염없이 놀고 있을 때, 부여 대학교에서 버스로 2009 리빙디자인페어에 단체 참관을 온다고 해서 반가운 얼굴을 보기 위해 찾아간 코엑스. 박람회를 잘 몰랐던 나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각자의 일을 하고 있는 오랜생각 부스가 얼마나 멋지던지, 멋진 선후배의 모습에 사진도 제대로 찍지 못했다.    찬희선배의 상큼한 안녕으로 마무리.

03. 영앤 핀치(Yonge&Finch)

아무것도 할 일이 없어 카메라를 들고 나왔다. 햇볕이 강한 날이었는데 지도를 들고 그냥 걷기로 했다. 외국의 풍경을 느끼고 싶었나보다. 꽤 오래 걸었다. 거리에 버려진 테이크아웃 컵까지도 이국적이었다. 영앤 핀치로부터의 여행.  이제서야 외국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 사물 하나하나가 이색적이었다. 신기한 간판과 표지판들을 마구 찍어댔다.    함께했던 지도가 남았다.

02. 토론토 생활의 첫날 쯤('09.07.31.)

첫 해외 나들이인 만큼 토론토로 출발하기 전 카메라를 구입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주어진 예산 안에서 중고나라를 뒤져 가성비 좋은 카메라를 구입할 수 있었다. 2024년에서야 남기는 2009년 토론토에서의 기억은 당시 찍었던 나의 첫 카메라(소니 DSC-H9)의 기록에 의존한다.    토론토에서의 첫 기록이 7월 31일의 사진이다. 출국이 7월 29일이었으니 7월 31일 쯤이 토론토의 첫날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겠다. 대망의 첫 사진은 쫑이라는 강아지와 생활하게 된 침대, 책상이다. 저 침대 매트리스와 부드럽기도 하고 약간 까끌한 이불의 느낌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날은 작은아버지의 일터를 가본 것 같다. 작은아버지의 캐나다에서 이름은 피터(Peter)였고, 생선가게를 운영 중이었다. 한국에서는 IT 대기업에..

'09년 3월, 주영이와 경주 여행

셋째 이모의 아들 주영이와 나는 꽤 오랜 시간 함께했다. 언젠가 찬찬히 뜯어보고 싶었던 경주 답사를 주영이와 함께했다.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경주에 도착해서 자전거를 빌려 경주 곳곳을 답사했다. 답사할 때는 보고 느끼느라 몰랐지만, 지나보니 온전히 고도古都를 느낄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도착해서 자전거를 빌리고 경주의 아들 의진이에게 추천받은 현대밀면에서 밀면을 먹었다. 평소 먹는 양이 많은 편인 나는 당연 곱배기를 시켰는데 나온 밀면의 양이 너무 너무 많아서 사진은 안남길 수 없었다. 의진이가 여름이면 밀면 한그릇 먹고싶다고 그렇게 이야기 하곤 했는데 처음 먹어본 밀면의 맛은 따로 생각날 만큼 대단하진 않았다.     주영이의 친가가 경주에 있어서 친할머니께 인사드리고 하루 숙박을 해결 할 ..

01. 토론토 가는 날

친가(親家)에 대한 느낌은 "데면데면"이 적당한 표현같다. 어릴때도 그랬고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년에 몇번 만나는 막내 작은아버지댁을 만날 때도 "데면데면"함을 벗어나지 않는다.    아버지는 삼형제의 첫째였다. 학창시절에는 동생들의 기강을 꽤 잡았던 것 같으나 사회에 진출한 뒤로는 직장생활을 하며 두 동생들을 뒷바라지 했다. 삼형제는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슬하에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두었다.    둘째 작은아버지는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캐나다로 이민을 가셨다. 아마 내가 중학생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니까 2000년도 전후였을 것으로 짐작한다.    이민 후 사촌동생들이 몇번 한국에 오기는 했으나 우리와는 식사만 하고 그들의 외가집에 머물다 돌아가곤 했다. 그들 또한 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