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es 16

번외1. 다시 시작하고 싶다.

‘여보게 닭 잡으러 가세’의 방대한 낙서들을 보며 나름 장기적인 썰을 풀어내려 했었다. 친근하고 반가운 이름들이 난무하는 낙서들 사이에 ‘올려도 되나??’ 싶은 하트 속 누군가, 누가 누구를 사랑한다는 외침들이 나를 머뭇거리게 만들었다. ‘어차피 오래 지난 일이자나, 실물은 남아 있지도 않은걸?’, ‘아냐, 누군가에겐 잊고 싶은 기억일 수도 있자나, 굳이 네가 잊고 싶은 기억을 꺼내야겠니?’ 어느게 옳은지 모르겠는 마음 속에서 우왕좌왕하다가 동력을 잃었다. 생업에 부쳤나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종종 ‘이거 니냐? 재밌더라? 옛 생각도 나고’라며 가끔 물어볼 때 마다 내일은 다시 지난 날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돋아났지만 다음 날이면 꼭 지친 마음 달래줄 소주 한잔해야하는 일이 생기더라. 그렇게 생업..

Memories 2024.04.10

15. 여보게 닭 잡으러 가세(5)_여보게의 곳곳_둘

여보게 깊숙히 있는 벽에는 학우들의 흔적이 여럿 남겨져 있었다. "미공과 도자반 이론반 쵝오!" "08/8/27 지예, 홍냥, 원돌, 남덕, 만욱, 빡재 04최강" "2009年3月33日 9유리, 재아, 은화, 혜원 Happy day♪~ 혜원's 생쉰날♥" "열혈 쩔건 07 Fighting!!" "2005년 한해~ 정말 힘들었지만 보람있는 한해였다~ 끝냈다~~! 개벽전조 화이팅!" "박찬희와 김종수와 조우너석과 바람... 바람... 바람... 09.4.2" 이 모든 것이 여보게의 "꽃 사이에서 한 병의 술을 친한이 없어 혼자마신다-"로 시작하는 액자 밑에서 일어난 일들. **본 콘텐츠가 불편하신 분 께서는 연락(메일, DM 등)주시면 해당 부분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Memories 2021.03.15

14. 여보게 닭 잡으러 가세(4)_여보게의 곳곳_하나

여느 대학가 술집이 그렇듯, 여보게의 곳곳은 학우들의 낙서로 뒤덮여 있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여보게가 영업을 마치기 며칠 전, 여보게 본관과 별관의 낙서를 사진에 담아두었다. 오늘의 사진은 여보게 본관 한켠의 벽. 그 시절의 우리는, 은수는 지갑을 잃어버렸고, 지갑을 다시 찾았고, 세윤이는 멋지고, 지훈이는 멋지고 잘생겼고, 용재는 멋지고 잘생긴데다가 착하기까지, 그리고 기철이는 짱이었다. 또, 전통조경학과는 ZZang!이었고, 문화유적학과는 짜-앙이었고, 전통미술공예학과는 화이팅이 있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끄적거림들- 정종환♡서동환←우리사랑 이대로. 우리의 소리, 전통의 소리, 한국전통문화학교 교육방송국 V.O.T입니다. Voice Of Tradition~. 식당 밥을 맛나게 먹을 수 있는..

Memories 2021.03.07

13. 여보게 닭 잡으러 가세(3)_주인 아주머니와 김치찌개

여보게 닭 잡으러 가세의 주인 아주머니는.. (종종 외상도 받아주시는 등)장사하시는 분 치고 꽤 인자하셨던 것 같다. 아주머니의 남편 되시는 분은 학교에서 근무하고 계셨는데, 주로 학교 정문에 계시며 자전거를 타고 순찰하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주류 판매의 일정량을 담당하는 내가 인사를 하면 참 반갑게 맞아주셨는데.. 또...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교회인 신리교회의 권사님이셨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월화수목금토 음주하고 교회에 가면 반가워 하시며 점심식사를 권하셨다. 저녁식사는 여보게에서 라면 한 그릇으로 대신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술을 곁들일 경우엔 김치찌개를 먹곤 했다. 라면의 경우, 로데오의 라면과 어느 것이 더 맛있는지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지만, 김치찌개는 여보게의 압승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

Memories 2021.03.01

12. 여보게 닭 잡으러 가세(2)_입구를 지나..

"우리 여보게 갈까?" 우리는 보통 '여보게 닭 잡으로 가세!'를 "여보게"로 줄여 부르곤 했다. 나의 대학 새내기 떄, 그러니까 2005년에서 2006년 쯤, 전통문화학교 핫플은 로데오였다. 로데오에서 많은 인연들을 만났고 저녁 이후 소문의 대부분은 로데오에서 나왔다. 그에 비해 여보게는 고인물들의 놀이터?? 같은 느낌이었다. '저 자리에서 00선배가 소주를 500잔에 부어 마시며 그 뚜껑을 천장에서부터 엮어내다가 위가 뚫려 실려갔다더라.' '또 저 자리는 ㅄ같은 어떤 선배가 건배하면서 무식하게 맥주잔을 깨부시고 갔다더라.' 와 같은 투박한 전설들이 살아 숨쉬는 곳, 여보게의 모습이었다.

Memories 2021.02.22

11. 여보게 닭 잡으러 가세(1)_본관과 별관

내가 입학했던 2005년, 전통문화학교의 핫 플레이스는 분명 '로데오'였다. 하지만 로데오 이전 주류문화의 근간에는 '여보게 닭 잡으러 가세'가 있었다. 학교 후문으로 나와 정답게를 지나 왼쪽으로 로데오가 있었고 로데로 앞을 지나 조금 더 안쪽으로 지나가면 '여보게 닭 잡으러 가세'가 나온다. 본관과 별관으로 나누어있었고 초창기에는 별관만 운영하다가 본관까지 넓혔다고 하는데 본관 운영 이후, 별관은 단체 손님이 오거나 본관이 다 찼을 경우에만 운영을 했다.

Memories 2021.02.15

10. 로데오(3)_로데오 썰은 다음에 풉시다.

2020년 4월 22일에 로데오 두번째 이야기를 올렸다. 반응이 좋아서 기분이 좋았다. 더 뒤어난 세번째 이야기를 풀고 싶었는데.. 내 글재주가 도저히 안되겠더라.. 그래서 남은 로데오 3층 사진과 3층에서 보이던 합정리 사진을 올리고.. 로데오 이야기는 다음에 올리는 것으로... 로데오 썰은 풀고 풀고 풀어도 너무 많아서 천천히.. 풀어야 겠다. NUCH생활과 관련하여 제보 부탁드립니다. 누가 제보한지 절대 모르게-!! 제보자와 주변인의 인권 및 초상권을 절대 보호해드리겠습니다. 단 한줄이라도 좋으니 보내주시면 제가 알아서 잘 각색해서.. 올려드릴께요.. agivingman@gmail.com 으로 보내주세요.

Memories 2021.01.30

09. 로데오(2)_로데오 2층 2번 자리.

오늘은 「로데오」에 얽힌 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로데오 건물 2층과 3층(옥상)에 자리한 「로데오」. 2층에 들어서면 오른쪽으로는 카운터가, 왼쪽에는 4명 정도가 앉으면 적당한 테이블이 시작되었다. 어렴풋한 기억에 카운터에서 멀어질수록 테이블의 크기가 커졌던 것 같다. 몰려 다니기 좋아하는 대학생들에게 카운터에서 가까운 자리는 인기가 없었다. 전설적의 04학번 선배(06.대학촌 이야기의 그 분 맞다) 말에 따르면 학교에 둘 있는 술집인 「로데오」에는 아는사람들 천지였기 때문에 「로데오」는 혼자 가더라도 나올 때는 10명이었기 때문에 카운터에서 가까운 1번과 2번 자리에 앉는 일은 없었다고 전해진다. 사실, 맞는 말이다. 2005년도의 싱그러운 나에게 로데오 1-2번 자리는 어울리지 않는 ..

Memories 2020.04.22

08. 로데오(1)_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한국전통문화학교의 교명이 한국전통문화대학교로 변경된 것이 2011년경 이고 위의 한국전통문화학교의 후문 일대의 사진을 찍은 것이 2010년 12월 20일이니, 한국전통문화학교의 후문에 대한 기억은 2010학번 정도까지일 것이다.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아름다운 우리의 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어쩌면 나에 대한 이야기. 오늘은 한국전통문화학교의 밤을 이야기. 낮 동안 학생의 본분을 열심히 수행한 학우들이 해가 지면 찾는 두 곳, 「로데오」와 「여보게 닭 잡으러 가세」. 500명도 안되는 재학생의 대부분이 기숙사에 거주하는데다 기숙사에서 가까운 후문을 빠져나가면 금세 보이는 두 곳. 늦은 저녁에도 항상 활기찬 두 곳. 마음은 이태원, 최소 궁동이었건만 현실은 충남 부여군 규암면 합정리의..

Memories 2020.04.22

07. 로데오 1층 황산벌 아구

사실 지금은 없어진 공간에 대한 섭섭함을 달래볼 겸 한국전통문화학교의 후문에 얽힌 대단한 내용이 있는 것처럼 꾸며내 볼까 했었다. 예를 들어 후문에서 가장 가까이 있던, 덕권이라 불리던 비범한 똥개 한마리가 평소에는 조용하더니 거나하게 취한 밤, 기숙사로 복귀할 때 후문 앞에서 짖어대는 통에 곤욕을 치뤘다는 내용을 그리스신화의 케르베로스와 엮어본다던가... (케르베로스 이야기에 덕권이라는 이름이 묻혀버릴까봐 그만두었다.) 어쨌든, 필력도 그저 그렇고 상상력도 특별한 것 없어 최대한 기억나는 대로 몹시 개인적으로 한국전통문화학교에 대한 추억팔이를 해보려고 한다. 오늘은 로데오 1층 「황산벌 아구」에 관한 이야기다. 후문을 기준으로 쭉 뻗은 길이 하나 있고 학교에서 바라봤을 때 오른쪽으로는 '정답게 이야기하..

Memories 2020.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