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es

번외1. 다시 시작하고 싶다.

주는남자 2024. 4. 10. 22:12

 

 

  ‘여보게 닭 잡으러 가세의 방대한 낙서들을 보며 나름 장기적인 썰을 풀어내려 했었다. 친근하고 반가운 이름들이 난무하는 낙서들 사이에 올려도 되나??’ 싶은 하트 속 누군가, 누가 누구를 사랑한다는 외침들이 나를 머뭇거리게 만들었다.

 

  ‘어차피 오래 지난 일이자나, 실물은 남아 있지도 않은걸?’, ‘아냐, 누군가에겐 잊고 싶은 기억일 수도 있자나, 굳이 네가 잊고 싶은 기억을 꺼내야겠니?’ 어느게 옳은지 모르겠는 마음 속에서 우왕좌왕하다가 동력을 잃었다.

 

  생업에 부쳤나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종종 이거 니냐? 재밌더라? 옛 생각도 나고라며 가끔 물어볼 때 마다 내일은 다시 지난 날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돋아났지만 다음 날이면 꼭 지친 마음 달래줄 소주 한잔해야하는 일이 생기더라. 그렇게 생업이 주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한다는 핑계로 지난 날에 대한 추억 공유는 쉽사리 후순위로 뒤처졌다.

 

  급작스런 사고로 수술을 하고 한참을 누워있고, 밤낮없이 잠을 자고 나니 사고로 몸은 좀 불편하지만 삼시세끼 건강한 식단과 금주의 시간을 통해 여느 때보다 건강하고 또렷한 일상을 얻을 수 있었다. 정신 차리고 보니 603호 병실에서 가장 오래된 왕고()가 되어있었다.

 

  제22대 총선이 있는 무료한 오늘, 어제 입원한 병실 막내가 하루 종일 TV를 켜두는 꼴이 꽤 못마땅하다. 나는 이미 본방 사수하며 눈물 쏙 뺀 드라마의 연속방영을 켜두고 사라진 막내의 괘씸함을 곱씹다가 TV소리가 듣기 사나워 헤드폰을 쓰고 창밖을 바라본다.

 

  “나를 사랑했던 그 시절 친구들은 아직도 날 기억할까~” 여행스케치의 초등학교 동창회 가던 날이 흘러나온다. 문득 삶의 후순위로 밀어두었던 여보게 닭 잡으러 가세가 생각났다.

 

  다시 시작해야겠다.

  다시 시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