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떡뽁이가 먹고싶어진 나는 사랑이를 쪼르기 시작했다. 영천시장에 떡볶이를 먹으러 가자고.
쪼르기에 성공한 후 영천시장으로 향하는 버스에 오른 나는 떡볶이 생각에 들뜬 마음 감추지 못했다.
내가 초등학생 때 두 살 위의 사촌형인 현호형은 독립문 근처 계단이 참 많았던 집에 살았다. 그 당시의 나에게 현호형은 왠지 새로운 세상에 살고있는 것 같았다. 만날 때면 항상 재미있는, 새로운 무언가를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내 기억에 따르면 그 때의 현호형은 기상청과 굉장히 가까운 집에 살았고, 집에서 내려와 육교 비슷한 것 지나 어두침침한 오락실에서 농구게임을 즐겼다. 그리고 왜인지 모르지만 근처에 있던(아직도 있다.) '나가리'라는 운동화파는 집 험담을 했던 기억이 난다. 참 사소한 기억이지만 그 동네를 지날 때면 형의 기억이 어찌그래 많이 나는지, 참 어린 나에게 충격적인 형이었나보다.
그런 충격적인(?)형과 함께 놀 때면 꼭 가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영천시장 떡볶이'었다. 그 때 그 떡볶이의 맛이란.. 내가 얼마 전 먹은 안동 현지의 안동찜닭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그런 맛이었다. 원래 떡볶이는 이런 맛이었구나.. 떡볶이 만드는 할머니가 어찌나 부럽던지.. 인천에 살던 나는 엄마를 쫄라서 포장해서 인천까지 가져가기도 해보았지만 다 불어터져서 눈물을 머금고 버려야했던 비운의 떡볶이..
그리고 시간이 흘러 고등학생 삼학년의 겨울, 수능도 보고 학교도 이미 발표난 상황에서 나는 서울로 이사를 하게 된다. 이사를 하고 처음 나간 근처 교회에서 만난 친구들이 바로 서대문-독립문 근방의 친구들 이었다. 내가 사는 곳은 강서구이건만 어찌하여 그곳의 친구들이 여기까지 오나 했더니 교회가 종로구 어딘가 있다가 이곳 강서로 이사를 온 것이란다. 그래서 자신들은 다니던 교회를 배신하지 않고 여기까지 와서 예배를 드린다는 것이다.
그 쪽 친구들을 만나다 보니 자연히 영천시장 떡볶이 이야기가 나오고 자주 먹기도 했다. 그 친구들이 가는 곳은 현호형과 내가 가는 그 집은 아니었지만 그 특유의 떡과 떡볶이 맛이 비슷해 역시 맛있었다. 근처에는 새로사귄 친구 재명이네 호프집도 가까워 나의 스무 살 겨울은 서대문을 빼고 이야기 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영천시장이다. 지금, 그 떡볶이집도, 재명이네 호프집도 없어졌지만 주머니가 가벼운 우리와 함께했던 떡볶이와 소주맛은 소중하게 남아있다.
현호 형과 함께했을 때의 떡볶이 할머니가 아직도 계실까? 하는 마음으로 찾았건만, 그대로 계셨다. 그때 그 기억 그대로.
떡복이와 튀김을 먹다가, 문득 친구들과 먹던 소주맛이 생각나 소주를 찾았지만 할머니께서는 술은 안파신단다.
조금 아쉽긴 했지만 맛있는 떡볶이 한점 한점에 어릴 때 생각이 나 행복했다.
떡볶이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세계화를 위해 변신하고 있다고 한다.
세상에 맛있는 떡볶이는 많다.
하지만 '나에게 행복한 떡볶이'는 오직 영천시장 떡볶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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