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발렌타인 데이, 나는 주영이와 명동에 갔다.
소셜커머스 쿠팡에서 구매한 '아오자이'쌀국수를 먹으려고 말이다.
오전에 도착한 우리는 명동을 구석구석 싸돌아다니다가 가방과 신발, 옷가지등의 가격표에 놀랐다.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며 찾아간 쌀국수집 '아오자이'.
나는 음식이 나오기를 기대하며 과거를 회상했다.
'88'이라불리던 토론토 핀치의 쌀국수집 |
쌀국수 앞에서의 미칠듯한 흔들림 |
쌀국수 섭취 후 문용형의 여유. |
벌써 제작년이다. 내가 캐나다에서 쌀국수를 맛본게.
한국에서 먹어온 쌀국수는 비싸기만 하고 맛도 없어서 내가 좋아하는 메뉴는 아니었다.
내세울 건 '이국적인 향'밖에 없음에도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기 때문이기도 하다.
캐나다에서 만난 작은 어머니는 그 동네가 쌀국수 잘한다고 귀띰해 주긴 했지만
이미 쌀국수는 내 머리속에서 '맛없는 음식'이었기 때문에 흘려들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나서일까 나는 우연히 만나 친하게 된 문용형님 손에 이끌려 처음으로 쌀국수집에 가게 되었다.
오오-!! 그 쌀국수 맛이란!!
어찌나 맛있던지 그 큰 대접에 나온 것을 국물까지 싹싹 다 비워먹었다.
문용 형님과 나는 그 뒤로 만나기만 하면 쌀국수를 먹으러 갔다.
먼 이국땅에서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만난 우리는 쌀국수를 먹는 빈도 만큼 가까워졌지만 형님이 먼저 우리 나라로 돌아가게 되었다.
혼자남은 단풍잎나라에서 홀로, 또는 누군가와 쌀국수를 먹을 때에도 문용형님이 생각났다.
나 또한 귀국하여 많은 쌀국수집을 찾아다녀 봤지만 그런 맛있는 쌀국수를 먹어보지 못했다.
아직도 이국적인 음식인 것만 내세워 비싸기만 할 뿐 라면만 못한 곳이 태반이었다.
이번 쌀국수를 먹는 데에는 축하할 일이 많이 있었다.
주영이 생일과 엄마의 베트남 무사 적응, 그리고 승규의 중국 교환학생을 축하하는 자리였지만 승규는 불참하고 말았다.
밀가루 음식을 못먹는 승규를 위한 선택이었건만.
전체적으로 어설픈 분위기의 가게였다. 한 자리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지켰다는 것이 무색할 만큼 어설픈 서비스와 분위기는 탐탁치 않았다. 먼저 월남쌈이 나왔는데 맛이 뭐.. 그저그랬다. 우린 3-4인용 쌈이었지만 2-3인용 쌈과 차이를 알 수 없는 양은 좀 문제가 있지 않나 싶었다. 그리고 쌈을 한참 먹고있는데 웨이터가 쌀국수를 가져오는 센스는 정말 최악이었다. 안그래도 좁은 테이블에 앞요리를 다 먹지도 않았는데 가져오다니, 올라오는 화를 참으며 돌려보냈다.
쌈을 다 먹은 후 나온 쌀국수는 아까 돌려보낸 그 쌀국수 였는지 살짝 식어있어 기분이 더욱 안좋았다.
안좋은 기분을 누르며 첫 술을 떴는데... 이런 ㅁ나ㅣ어;조냐ㅐ러ㅣㅁ나러ㅣㅏㄶ!!!!!!!!!!!!!1
내가 찾던 그 맛과 가장 유사한 맛이었다-!!
나는 그 즉시 야정훈 특제 소스(핫소스8 + 굴소스2)를 만들어 뿌려대기 시작했고 곧 국물이 빨개지기 시작했다.
바로 이맛이야-! 먼 이국땅에서 숙취가 있던 날이면 해장국 대신 먹던 해장 쌀국수-!
육개장과 같은 붉음과 콩나물 국에 고추가루 팍팍과 같은 시원함-
만족, 대만족스런 맛이었다.
다 먹고 생각한 건데,
이 쌀국수집을 누가 인수한 게 아닌가 싶다. 저런 빵점짜리 서비스로 십여년을 영업해왔을 리는 없고 웨이터 또한 우왕좌왕, 가게 주인인 듯 보인는 아저씨도 일이 손에 익지 않은 듯 어설펐다. 하지만 쌀국수맛은 먹던 중 제일 맛있었으니.. 누군가 가게를 인수해 주인만 바뀌고 상호와 일하던 사람들은 그대로 쓰는 거라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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