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남자

[음식] Chloris Tea Garden with 사랑이 @ 20110218

주는남자 2011. 2. 28. 16:24



 사랑이가 꼭 함께 가고싶은 까페가 있다고 해서 간 '클로리스 티 가든'.
전체적인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었다. 하나하나 공들인 소품들이 자연스럽게 튀지 않아 어우러진 게 꽤 세련되 보였다.
보통의 까페였으면 아메리카노를 주문했겠지만 왠지 이곳은 홍차와 어울리는 까페란 생각에 메뉴판에 있는 홍차설명을 유심히 읽었다. 하지만 안먹던 것을 먹으려니 영 내키지 않아서 보이차를 마시기로 결정했다. 그래도 녹차나 보이차는 지원이와 재용형님등등을 통해 자주 마셔서 익숙하니까-

 사랑이 학원 학부모님께 보낼 통신문을 작성하며 차를 기다렸다. 사랑이는 스무디종류를 시켰는데 맛이 좋았다. 하지만 나의 보이차는...뭔가 차를 여러 번 우려마시기에 불편해 보이는 상태로 내게 왔다.  내가 아는 보이차는 대략 15번 정도 우려먹는, 그래서 약 8번째 쯤 우린 게 가장 맛있는 걸로 알고있는데 좀 이상하다 싶었다. 한 번 우린 차를 다 마시고 따뜻한 물을 다시 달라했더니 마지막으로 한번 더 해주는 거라는 웨이트리스의 대답에 나는 뭔가 잘못됬다고 느꼈다.

 두 번째 우린 차를 마시고 다시 주문을 했을 때 나는 어쩔 수 없이 알바생보다 좀 더 높은 분을 만나야만 했다. 그 사람은 '이 차는 세 번 우려마시는 차인데 두 번 우려마실 때가 가장 맛있어서 두 번 우린 차를 내놓았다.' 라며 녹차와 보이차를 구분할 줄 모르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이 차는 녹차와는 다른, 여러 번 우려마시는 차라고 대략 설명하고 따뜻한 물을 달라고 했다. 내 말을 들은 그 사람은 고풍스런 까페 특유의 '뭐 저런 이상한 손님이 다있어!?'라는 자아를 숨기는 교묘한 웃음으로 물을 다시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혼자먹기에는 너무 많은, 무식할 정도로 많은 찻잎은 나를 지치게 했고 다섯 번우려먹기 전에 까페를 나서야했다. 또 차는 어찌나 비린지, 내가 마셨던 차 중 워스트 오브 워스트였다. 저명한 애다가(愛茶家)인 친구 지원이에게 전화해서 이런일이 있는데 차는 또 왜 이리 비리냐고 물어보니, 절대 밖에서 보이차는 먹지 말라는 대답이 들어왔다. 아무리 좋은 차라고 떠벌리고 다녀도 중국에서는 어떻게 제조되었는지 알 수 없고, 싸구려차가 국경을 넘으며 고급차로 둔갑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니 특히나 보이차는 국내에서는 알 수 없는 경로일 경우 안먹는게 상책이라는 것이다. 이런....

 일본의 꽤 괜찮은 브랜드의 주전자가 서빙되어 왔지만 이가 빠져있고
녹차와 보이차의 차이도 모른채 팔고있고..
오랜만에 분위기있는 까페여서 정말 좋았는데, 몇몇 디테일이 아쉬웠다.
잘 모르는 메뉴라면 차라리 빼는 것이 낫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