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남자

[Be yond the mind] 재능기부캠프_2_ 재능기부와는 상관없지만 소중한 것들.

주는남자 2011. 8. 5. 19:56

1. 벽보

 우리가 묵었던 마을회관에 붙어있던 강령과 양화분교 화장실 문을 닫으면 볼 수 있는 간절한(!)문구. 난 이런 것이 좋다.

나도 이렇게 멋진 노인이 될테다.

좋다.









2. 전주관광과 충희형님.

2_1.
 캠프가 끝난 뒤 몇몇은 전주관광을 하기로하고 버스를 기다렸다.
적당히 기다렸을 때 버스가 왔고 우리는 기사아저씨께 관광을 위한 이것저것을 여쭤보기 시작했다.
아저씨는 시원시원한 목소리로 적절한 위트를 섞어가며 우리의 목적지로 가기 위한 방법을 설명해주셨다.
그리고 우린 버스의 쾌적한 냉방속에서 급격히(!) 잠들었다.
석희는 뒤로 입을 벌린 채 죽었고 혜나는 앞으로 고꾸라졌는데 목이 없어진 것만 같았다. (진짜 뒤에서 보면 좀 부서웠다.)

버스를 기다린다.

쿨하다.

잘잔다.






2_2.
 우리는 경기전을 가고 술도가길을 어슬렁거리다가 오목대를 갔다.
더운 여름 오목대로 올라가는 길은 전주가 한눈에 보이는 쾌활함과 관계없이 힘들었다.
올라간 나는 바로 오목대 중앙에서 잠들었다.
거참, 어찌나 단잠이던지!

경기전, 좋다.

술도가 길을 지나다.

오목대는 낮잠을 자야 제맛이다.






2_3.
 내가 잠든 이유는 한충희 형님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지금은 형님이라 부르지만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양화분교 선생님과 재능기부 온 대학생 정도였다.
어찌저찌 친해진 형님이 오후 4시경 학교 일이 끝나면 우리와 함께하기로 했던 것이다.
만나기로 한 곳이 오목대이니 기다리는 동안 단잠은 여름의 선크림과 같은 당연함이랄까?
어쨌든 우리는 형님과 함께 전주향교로 향했다.
전주 향교는 내가 봐왔던 향교 중에서 그래도 잘 유지, 보수되는 향교였다.
불꺼진 명륜당엔 내가 초등학교 때 앉았던 책걸상이 열을 맞춰 있었다.
침착하고 고요한, 적당히 어두운 명륜당 안쪽과 녹빛 밖의 대비가 인상적이었다.

충희형님을 만나다. 파란옷이 충의형.

걷다.

향천향교.






2_4.
 우리는 전주에서 가장 잘나간다는 옛촌 막걸리에 가서 막걸리를 마셨다.
한 주전자 시킬 때마다 아름다운 안주가 떨어지니, 처음엔 좋았지만 시킬수록 남는 음식들.
만감이 교차했다. 그리곤 와인을 마셨다.
내 위장에서 막걸리와 와인이 섞여있을 생각은 하니
문득 이번 여름 계절학기가 끝날 즈음 교수님께서 양동이에 막걸리와 복분자액을 친히 말아준 기억이 난다.
와인엔 문외한인지라 그냥 맛나게 즐겁게 마셨다.

전주에서 잘나가는 옛촌막걸리.

와인집 7st cafe.

즐겁다.






2_5.
 우린 오락실에 가서 게임을 했다. 난 야구와 농구를 했고 혜나는 총을 쐈다.
무섭게 집중하는 모습에서 나의 집중이 타인의 공포가 될 수도 있을음 가늠해봤다.
여자친구들은 여관에서 재우고 남자친구들은 형님댁에서 잤다.
형님댁은 참 좋았다.
특히나 어머니께서 차려주신 밥상이 너무 맛있었다. 그래서 여자친구들에게 미안했다.
다음날 아침, 형님 차를 타고 전주역으로 향했고 아쉬움 속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