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을 기준으로 앞뒤로 플러스마이너스 3일 정도는 3남매를 돌보느라 영 정신이 없었다.
시작은 심찬이였다. 어린이집에서 옮겨온 것인지 전염성이 있는 구내염을 앓아 며칠간 어린이집을 가지 못했다. 3일 정도는 아플거라던 의사의 진단이 무색하게 반나절 시름시름 하더니 다음날 부터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집안 구석구석구석을 초토화 시켜 놓았다. 예정된 3일 보다 일찍 어린이집을 보내려 다시 병원을 찾았지만 아이의 상태는 보지 않은 채 "3일을 꽉 채우고 저녁 늦게 오지 않으면 구내염이 완치되었다는 소견서를 적어주지 않겠다."라는 진료비 몇 천원이 아까운 되도 않은 말을 씨부리는 의사 나부랭이의 말을 듣고 바로 더 크고 잘되고 친절하고 좋은 병원을 예약했다.
역시 더 크고 좋은 병원은 잘되는 이유가 있다. 의사 선생님께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아이의 상태를 여러모로 훑어보곤 전혀 아픈 곳이 발견되지 않는다며 구내염이 완치되었다는 소견서를 써주었다. 어차피 의료보험 적용으로 내는 금액도 다르지 않은데 앞으로 무슨 일이 있으면 더 크고 좋은데다 친절한 병원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남았다.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죽인다지만 불친절하고 무능력한 골목상권의 도태됨은 골목이 자초한 일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심찬이만 나아서 어린이집을 가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 여겼다. 심찬이가 어린이집을 간 오후, 무진이가 시름시름 앓더니 고열에 시달렸다. 밤에는 응급실에 다녀오고(대학병원은 응급실도 친절하더란....) 다음날 동네의 크고 좋은 병원을 다시 찾아 수족구에 결렸음을 확인하고 입원했다.
수족구 전용 입원일 중 3인실을 배정받았다. 무진이를 포함한 입원중인 모든 아이들은 수액을 맞고 있어 보기가 딱했다. 나중에 병원측에 물어보니 아이들의 탈수 등을 대비하여 수액을 계속 맞도록 하는 것이 방침이라 한다.(어쨌든 보기 안쓰러웠다...)수족구라는 병이 입 안쪽이 헐어 고통 때문에 음식을 먹기가 힘든 병이라 그런지 식사 때가 되면 어떻게든 먹이려는 부모와 절대 먹지 않으려는 아이 간의 실랑이로 정신이 없다. 사실 병원쪽에서 수액을 맞으며 영양제 등을 함 맞기 때문에 따로 식사를 챙기지 않아도 괜찮찮다고 했지만 입으로 들어가는 게 없으니 허기진 아이들은 맛있는 것이 있도 먹지를 못하고 울고있으니 옆에서 보는 부모들은 죽을 맛이다.
8개월된 무진이도 음식을 못먹고 울고 있는 와중에 억지로 약을 먹이려니 아이가 숨이 넘어가도록 운다. 미진이는 그 무진이에게 연신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를 연발한다. 가만 보니 3인실을 채운 3이인의 어머니는 아이에게 약을 먹이거나하는 이유로 아이가 울 때면 죄인이 된 듯 역시나 '미안해'를 연발했다. 아이가 아픈 것이 어머니 때문도 아니고 아이에 약을 먹이는 것이 미안한 행동이 아니었지만 어머니의, 어쩌면 습관처럼 나오는 것 같은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가 이상하게도 정말 미안해보였다. 분명 미안해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정말 미안해보이는 것이 참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3인실에서 가장 어렸던 무진이는 잠도 안자고 울었고 덕분에 나머지 2집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우리는 눈치를 못이기 외출을 끊어서 집에서 자야했다. 둘째날은 안타깝게도 생화도 수족구에 옮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환자가 많아 3인실의 침대 하나를 둘이 쓰게 되었다. 전날의 경험을 잊지 않고 어두워질 때는 집에 와서 잠을 잤다. 3일째에는 병원에서 1인실을 배정해 주었고 무진이와 생화, 미진이와 장모님은 비교적 수월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둘째날 심찬이를 돌보니 위해 서울에서 내려온 부모님은 3일째가 되는 날 무진이와 생화에게 또 옮을까 걱정된다며 심찬이를 서울로 데리고 가셨다.
종종 아이 셋 키우는 것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빚을 지는 것인지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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