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es

03. 쓰레기 소각장을 지나 합동석유 까지

주는남자 2018. 10. 1. 08:19


  닭장 옆으로는 항상 위와 같은 여느 시골의 익숙한 풍경(?)이 있었다. 조경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쓰레기 소각장의 위치선정은 역시나 이곳이 대학교의 산뜻한 후문이라는 사실을 잊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닭장과 쓰레기 소각장 뒤로는 위와 같이 벽돌로 외벽을 장식한 집이 하나 있었다. 한국전통문화대학교와 가장 가까운 집이었으나 딱히 기억이 없는 걸로 봐서 방세를 놓는 집은 아니었던 것 같다. 하나 특이사항이 있다면 건물에 당구장을 표시하는 간판이 있었다는 것. 당구장 간판이 있는 곳이었지만 당구장은 아니었가는 것?!?! 아마도 학교가 생기고 나서 한두 해 정도는 학생들을 상대로 당구장을 운영하지 않았을까 추리해 보지만 딱히 근거가 없다. 선배들에게 물어볼 법도 했지만 수도 없이 지나다니며 종종 당구장 간판이 궁금해하긴 했지만.. 학교 후문 길을 지나 한잔 하고 돌아올 때면 까맣게 잊어 한번도 간판의 사연을 묻지 못했다.





  닭장을 지나 쓰레기 소각장 건너 당구장 간판 집을 지나면 '합동석유'가 나온다. 합정리의 석유집이라면 으레 '합정석유'라 지을법 한데 굳이 '합동석유'라고 지은 것에서 어디에도 흔들리지 않는 사장님의 고집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합동석유 사장님을 본 적은 없었다. 자동차도, 석유난로도 없는 나에게는 석유회사 사장님을 모르는 것이 당연한 것일 지도. 반면 합동 석유의 사모님은 안다. 외국에서 시집 온 분이셨는데 합동석유 건너편 음식점인 '정답게 이야기하는 집'에서 서빙을 담당하셨기 때문이다. 외국인이라고는 로버트 할리와 이다도시라고 밖에 몰랐던 한국전통문화대학교의 초년생으로서는 이국적인 외모의 합동석유 사모님깨서 주문을 받고 우렁쌈밥을 서빙하는 모습이 참 충격적이었다. 아마도 서울에서 온 촌놈 인생에서 처음으로 소통한 외국인은 충남 부여군 규암면 합정리의 합동석유 사장님께 시집 와서 정답게 이야기하는 집에서 서빙을 하던 (우즈베키스탄에서 왔다던)사모님이었던 것 같다. 이 합동석유 사모님께서는 내가 졸업한 2012년에는 사라진 합정리 마을을 나와 새로 생긴 신리 마을의 '여보게 닭 잡으러 가세'라는 호프집의 주방을 맡고 있었는데 지금도 하고 계신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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