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남자

007. [경남 통영] 엘리켓

주는남자 2024. 7. 11. 00:58

 

  일을 하다 보면 예기치 않게 귀한 인연을 만나게 된다.

  통영 추도의 박계용 전 발전소장님이 그렇다.

 

  추도를 오고가며 추도 발전소의 전 발전소장이라고 소개만 받아 인사만 하는 사이였으나 어느날 업무차 입도한 추도에서 나가는 배가 풍랑으로 취소되고 하염없이 며칠을 대기중일 때, 식사는 해야한다고 댁에서 식사와 소주 한잔을 내어주시며 술 한잔에 은근슬쩍 호감을 내어주는 사내가 추도의 박계용 소장님이다. 

 

  그런 박 소장님이 섬 관련 일을 한다면 꼭 만나야 하는 어른들이 있다며 육지에서 만나자고 했다. 알고 보니 통영에 있는 한국섬중앙회 어른들이었다. 통영 어르신은 어떤 곳에서 식사를 하실까? 그래도 처음 만나는 상견례 자리인데 음식이 맛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박 소장님께서 만나자고 한 곳은 통영시 무전동의 '엘리켓'이라는 술집 또는호프집이었다. 알겠다고 한 뒤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니 지도에서 검색은 되는데 리뷰나 후기가 전혀 없었다. 최근 꽤 오랜 기간 동안 이렇게 인터넷에서 정보가 없는 곳을 간 적은 없는 것 같아 당황스러웠다. 

 

  만나기로 한 날이 되어 늦지 않게 도착하니 한국섬중앙회 어르신들은 이미 와계셨다. 가게 주인과 친분이 꽤 있는 눈치였고, 올해 추도 발전소에서 퇴직한 박 소장님은 막내인 듯 했다. 손님은 우리 뿐이었고 며칠 전에 예약을 해놨던지라 우리만을 위한 음식이 차례차례 나왔다. 

 

  음식이 다 나오고 보니 통영의 산해진미를 가득 내어놓은 상차림에 곁들이는 소주와 맥주가 다찌집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비슷한 가격의 다찌집들보다 더 풍성하게 나온다는 점이 통영의 찐로컬 형님들과 함께하는 자리의 장점이 아닐까.

 

  한참 술자리가 무르익었을 무렵, 통영의 전통 음식인 유곽이 나왔을 때는 모두 하던 이야기를 멈추고 지금은 보기 힘든 유곽이 나온것에 감탄하며 유곽에 대한 추억을 나누었다. 처음 먹어본 유곽은 그리 대단한 맛은 아니었지만 함깨하는 어르신들의 유곽에 대한 추억을 함께하니 특별한 맛이 되었다. 

 

  이후 통영의 맛을 도시락에 담는 기획을 하게 되었다. 나눈 주저없이 유곽을 추천했고, 전통적인 유곽을 만들기에는 손이 너무 많이 가니 현대식으로 개량한 유곽을 제공하는 것으로 변형하여 제공하게 되었다. 

 

**** 인당 3만 5천원에 맛몰 수 있는 통영의 맛, 며칠 전 전화로 예약하면 더 완성도 높은 상을 받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