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노 다케시 감독이 이 공연을 보고 말하길 '죽기전에 꼭 봐야 할 공연'이라는 평가를 했다고 한다.
형식적인 면이나 소재면 이나 나름 신선한 공연이라 하고 재미도 있다고한다.
하지만 나는 기타노다케시 감독 영화를 제대로 본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그 아저씨의 한마디가 티켓 구매의사를 결정지은 것은 아니었고 평소 뮤지컬이나 연극을 자주 보는 편은 아니기 때문에 형식이 어떻고 소재가 어떻고 하는 이야기 또한 나에겐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요즘 습관처럼 가는 페이지 중 하나가 티켓몬스터인데 거기서 싸게 팔더라. 그래서 이곳 저곳 알아보니 꽤 괜찮은 공연인 것 같아 예매했다. 많은 블로거들이 출연자들의 '땀방울'에서 오는 감동을 적어 놓은 것이 예매에 결정적인 부분을 차지했다.
공연은 소크라테스, 플라톤, 칸트, 다윈, 프로이트, 사르트르의 철학자이름을 지은 친구들과 그들과 친구가 되고싶어하는 사리, 이렇게 일곱 명의 출연자로 진행되었다. 아마 이미 공연내용을 자세히 알아봣으면 과연 예매를 했겠나 싶었다. 첫째, 나는 지루한 것을 싫어하고 둘째, 쫌 아는 것들의 허세 또한 싫어하기 때문이다. 등장인물들의 이름만 들어봐도 이건 뭐.. 답안나오는 자기愛에 빠진, 자신의 지식의 우월함을 즐기는 사람들의 전유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역시나 공연을 보고 와서 블로그들을 죽- 훑어보니 가관이다. 문학과의 만남이 어쩌고 저쩌고- 철학적인 사유가 어떻고.. 질색이다. 비록 그들의 말이 허세가 아닌 진리라도 내가 모르는 것에 대해 불친절한 모든 내용들은 허세다. 아는 사람들 특유의 전문가인 척 씨부리는 것들이 싫다.
이 공연은 그런 공연이 아니다. 플라톤이 비꼬는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이나 사르트르의 지각이 무의식인지 의식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냥 보고, 본 것을 그대로 느끼는 것으로 충분한 공연이다. 전혀 어렵지도 심오하지도 않았다. 시원시원한 춤사위와 배우들의 땀방울, 대사를 느끼고있노라면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지는, 그런 '가슴으로 보는 공연'인 것이다.
다음은 공연에 대한 tip.
#목련의 꿈
목련의 꿈
이승민
무엇이 그리 급해
봄을 피워 올렸나
한치 앞 내다보지
못하는 아둔한 삶
일년을
준비한 마음
서러워서 어쩌나
고운 자태 시샘한
꽃샘추위 떠났어도
겨우내 동여맸던
가슴 한번 못 펴고
누렇게
탈색해버린
하얀 꿈 어찌하나
사람도 살다보면
고난에 아파하고
날개 꺽여 힘들어도
죽는 것은 아닌 것
내년에
더 예쁜 꽃피워
하얀 나래 펼쳐라
#춤을 추고 싶다
춤을 추고 싶다.
박영실
춤을 추고 싶다
온 몸으로 전해지는 희열이
나를 가만두질 않는다.
흔들거리는 사람들
온 몸으로 느껴지는 감정
나누고 싶어진다.
춤을 추고 싶다
비틀거리는 영혼의 땀내
그래도 그 향기는 더럽지 못하고
아름다움의 흔적이다.
세상도 흔들고
구겨진 가슴 펼쳐놓으면
삼켜버린 추한 영혼이
실루엣 여운에 멈춰 설지도 모른다.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Alfred de Souza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기 때문에
유재하
처음 느낀 그대 눈빛은
혼자만의 오해였던가요
해맑은 미소로 나를 바보로 만들었소
내곁을 떠나가던 날 가슴에 품었던
분홍빛의 수많은 추억들이
푸르게 바래졌소
어제는 떠난 그대를
잊지 못하는 내가 미웠죠
하지만 이제 깨달아요
그대만의 나였음을
다시 돌아온 그대 위해
내 모든 것 드릴테요
우리 이대로 영원히
헤어지지 않으리
나 오직 그대만을
사랑하기 때문에
커다란 그대를 향해
작아져만 가는 나이기에
그 무슨 뜻이라해도
조용히 따르리오
어제는 지난 추억을
잊지 못하는 내가 미웠죠
하지만 이제 깨달아요
그대만의 나였음을
다시 돌아온 그대 위해
내 모든 것 드릴테요
우리 이대로 영원히
헤어지지 않으리
나 오직 그대만을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기 때문에
#킬리만자로의 표범
킬리만자로의 표범
조용필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일이 있는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산정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죽는 눈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
자고나면 위대해지고 자고나면 초라해지는 나는 지금
지구의 어두운 모퉁이에서 잠시 쉬고 있다
야망에 찬 도시의 그 불빛 어디에도 나는 없다
이 큰 도시의 복판에 이렇듯 철저히 혼자 버련진들 무슨 상관이랴
나보다 더 불행하게 살다간 고호란 사나이도 있었는데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순 없잖아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둬야지 한줄기 연기처럼 가뭇없이 사라져도
빛나는 불꽃처럼 타올라야지 묻지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고독한 남자의 불타는 영혼을
아는 이 없으면 또 어떠리
살아가는 일이 허전하고 등이 시릴때
그것을 위안해줄 아무것도 없는 보잘것 없는 세상을
그런 세상을 새삼스레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건 사랑때문이라구
사랑이 사람을 얼마나 고독하게 만드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지
사랑만큼 고독해진다는 걸 모르고 하는 소리지
너는 귀뚜라미를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귀뚜라미를 사랑한다
너는 라일락을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라일락을 사랑한다
너는 밤을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밤을 사랑한다
그리고 또 나는 사랑한다 화려하면서도 쓸쓸하고 가득찬것 같으면서도
텅비어 있는 내 청춘에 건배
사랑이 외로운 건 운명을 걸기 때문이지
모든 것을 거니까 외로운 거야
사랑도 이상도 모두를 요구하는 것
모두를 건다는건 외로운 거야
사랑이란 이별이 보이는 가슴아픈 정열
정열의 마지막엔 무엇이 있나
모두를 잃어도 사랑은 후회않는 것 그래야 사랑했다 할수 있겠지
아무리 깊은 밤일지라도 한가닥 불빛으로 나는 남으리
메마르고 타버린 땅일지라도 한줄기 맑은 물소릴로 나는 남으리
거센 폭풍우 초목을 휩쓸어도 꺽이지 않는 한그루 나무되리
내가 지금 이세상을 살고 있는 것을 21세기가 간절히 나를 원했기 때문이야
구름인가 눈인가 저 높은 곳 킬리만자로
오늘도 나는 가리 배낭을 매고 산에서 만나는 고독과 악수하며
그대로 산이 된들 또 어떠리
...
#콩나물의 항변
콩나물의 항변
和泉
하늘만 봐도 한 숨소리
퍼렇게 살 속으로 파고드는 건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는
햇살 때문이야 !
화병처럼 시루에 오래 꽂히고 싶어도
머리끄덩이 잡혀 끌려 나오는 날은
여린 마음까지 사정없이 꺾어 버린다
물방울 소리 정답게 들려오면
조용히 살고 싶다가
눈부신 불빛만 봐도
새파랗게 대꾸하고 싶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처음부터 열린 세상에서
살게 했으며
어두컴컴한 곳에서
평생을 노랗게 살지는 않았을 텐데
애초부터 파랗게 먹는 거라고
가르쳤으면
이렇게 가슴 치는 일은 없었을 텐데
들끓는 속마음
작정하고 항변하는 날이여!
오늘 같은 날 팍팍 묻혀도 좋으니
아랫도리 흥건히 적실만큼
목청껏 외치고 싶어라
# カリント工場の煙突の上に 카린토 공장 굴뚝 위에
カリント工場の煙突の上に
카린토 공장 굴뚝 위에
Tamaki Koji
카린토 공장의 굴뚝 위에 떠 있는 구름을 바라보며
돌아갈 채비를 하는 태양을 따라 집에 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바람에 나부끼는 만국기를 바라보며 머나먼 세계를 여행하고 있었다
할머니의 집 건넌방에서 밤새도록 별을 세었다
나는 고향을 버렸다
꿈을 찾기 시작했다
하얀 종이에 크레용으로 그린 전투기나 잠수함도
포도색 기모노를 입은 엄마의 얼굴도
항상 가슴속 깊이 간직한 채로
하늘이여 나를 잊지 말아 줘
넓은 하늘이여 나를 그곳으로 데려가 줘
내가 지금도 헤엄치지 못하는 이유는 강에 빠진 그 아이의 탓이야
제방에서 던진 꽃다발은 흘러가 버렸다
뒷골목에서 울고있던 그 아이가 버린 빨간 립스틱이 묻은 담배
허름한 상점가의 아케이트
망가진 철망 너머의 네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