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남자

스물 여섯의 힘찬이와 나

주는남자 2011. 1. 12. 13:35



 어제 오후, 힘찬이에게 전화가 왔다.
물론 전날에도 만났지만 이래저래 아쉬운게 많았던 만남이었던 차에 반가운 전화였다. 나는 일을 빨리 끝낸 후 신촌으로 향했다. 힘찬이는 이대 미용실에서 염색을 했다. 식당에서 일하기 때문에 머리가 단정해야 하는데 큰맘 먹고 염색했건만 너무 밝게 나와 걱정이 한아름이라 한다. 힘찬이는 얼마 전부터 봐둔 치킨집이 있다며 가자고 했고 나도 흔쾌히 함께했다. '무봤나 촌닭'이라는 닭집이었는데 사람이 많아 십여분을 기다려야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아르바이트생 추천 가장 잘팔리는 치킨인 고추장 바베큐치킨을 시켰다. 매운 치킨이라는 설명에 따라 매운것과 안매운것의 중간정도 맵기로 달라고 했다. 얼마 안있어 치킨이 나왔다.

 맵다. 낮에 편의점에서 팥호빵을 야채호빵인줄 알고 속아 먹었을 때 보다 기분이 더 나빴다. 애꿎은 샐러드만 계속 먹었다. 분위기가 영 아니었다. 불편했다. 이런 왁자지껄한 분위기, 왠지 불편하다. 서둘러 치킨집을 나와 원래 우리의 목적지인 탁구장으로 향했다.

 얼마만에 치는 힘찬이와 치는 탁구인가. 분명히 하건대 우리가 스무살이 되던 해 겨울은 여러 행복한 날들 중 하나임에 분명하다. 성인으로서의 의무와 책임보다는 권리가 커보이던 시절이었으니까. 그 때의 신촌은 우리에게 최고의 놀이터였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만난 또래는 서로 친구가 되듯 우리 또한 신촌이라는 놀이터에서 서로 친구가 되어갔다. 그 당시 우리의 재미있는 놀이 중 하나가 바로 탁구였다. 탁구는 우리 집 근처 영광교회에서 자주 쳤는데 목일균전도사님이 가장 잘쳤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재명이도, 진령이도, 한동이도, 유나도, 성례도 있었지만 이제는 우리 둘만이 탁구를 치러 가는 중이었다.

 정말, 정말 그때가 좋았다는 이야기를 하며 탁구장에 갔다. 그때의 우리는 시간은 있었지만 돈과 개념이 없어 여행한번 제대로 가지 못했다고.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어느정도의 돈과 개념이 있을지라도 서로 시간이 없어 여행한번 가지 못하고있음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쯤엔 서로가 열심히 살자고 다짐하기에 이르렀다. 

 어쨌든, 힘찬이가 탁구를 좀 치긴 했지만 역시 내가 더 잘친다. 

 탁구를 세 시간 가량 치고나서도 아쉬운 우리는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힘찬이가 위닝이야기를 시작했을 때 우리는 이미 플스방에 들어서고 있었다. EPL, SERIE A, LFP, 국가대표 에서 각각 한경기씩 네경기를 했다. 

주는남자  vs    힘찬  전적
첼시        vs    맨유       =  0:1      (패)
INTER     vs    AC         = 1:0       (승)
바셀        vs    레알       =  0:1      (패)
아르헨     vs    대한민국 = 1:1  승부차기 0 : 3 (패)

ㅆㅂ.. 승부차기 뭥미. 난 왜 하나도 못넣는겨. 하지만 탁구이겻으니까.

 아차. 사랑이에게 연락을 너무 안했다. 이런... 급히 전화를한다.  부재중전화에 문자에.. 미안미안.
여자친구가 화났다. 그도 그럴것이 몇 시간째 연락두절이니..
눈치없는 힘찬이는 야구장으로 향한다. 배트한번 휘두르고 가잔다.
친구의 도전을 받아들인 나는 배트를 크게 휘두른다. 집중이 되지 않는다.
두번의 배틀에서 완전히 졌다.

 힘찬이와 헤에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스물여섯이라는 것이 이런건가 싶었다. 과거의 혈기는 어디로 갔는지. 그 시절의 호기로움은 어디로갔는지.
술한잔 부담스러워 탁구를 함께치며, 비디오게임을 하며, 야구 배트를 휘두르며 즐거워하고 행복한 우리를 되새겨본다.

언제나 화이팅-!